이전 포스팅에 이어 《노인과 바다》를 읽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과,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점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인과 바다 줄거리를 보시려면 제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2020/04/09 - [도서 정보 & 리뷰] - [도서] 노인과 바다 ① - 줄거리, 저자, 인상깊은구절
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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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청새치
노인이 사투를 벌여서 잡은 거대한 청새치가 어떤 물고기인지 많이들 궁금하실 텐데요. 저도 책을 읽으며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청새치는 돛새치목 > 돛새치과 > 청새치속의 한 종으로 인도양에서 태평양까지 따뜻한 열대 바다에서 산다고 합니다. 청새치과에 속한다는 설명들을 간혹 찾아볼 수 있는데, 청새치과라는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강하고 긴 창 모양의 턱이 특이하며, 몸길이는 4.5m, 몸무게는 900kg까지도 나간다고 합니다.
2013년 대서양에서 잡힌 599kg의 거대한 청새치 사진인데요.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크기가 압도적이네요.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노퍽 콜티셜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케빈 가드너(Kevin Gardner)가 이 청새치를 낚았다고 합니다. 그는 25년간 '괴물 물고기'를 낚으려고 틈틈이 바다에 나갔고, 마침내 이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청새치는 세계에서 잡힌 청새치 중 네 번째로 큰 것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가장 큰 청새치는 얼마나 클지 상상도 안가네요.
왜 웨이터는 청새치의 뼈를 상어라고 했나?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장면은 바닷가 식당의 손님들이 거대한 청새치의 뼈를 보고 놀라워하며 이것이 '상어'라고 오해를 하며 끝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장면 때문에 노인이 잡은 것이 사실은 청새치가 아니라 상어였다고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 노인 같은 베테랑 어부가 상어와 청새치를 헷갈릴 일은 만무합니다. 그렇다면 왜 마지막에 웨이터는 관광객들에게 이 뼈가 '상어'라고 알려준 것일까요? 이것은 다소 잘못된 번역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어 번역본과 영어 원문을 보시면 아래와 같습니다. (문학동네 번역본 기준이지만, 사실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도 문맥상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게 뭔가요?" 웨이터에게 물으며 여자는 이제 한낱 바다 쓰레기가 되어 물결에 실려 떠내려가기만을 기다리는 그 거대한 물고기의 긴 등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티뷰론입니다." 웨이터가 대답했다. "상어의 일종이지요." 웨이터는 일어난 일을 나름대로 설명해주려고 했다.
"상어가 저렇게 멋지고 아름답게 생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줄 미쳐 몰랐어요."
"나도 몰랐는 걸." 그녀와 함께 온 남자가 말했다.
“What’s that?” she asked a waiter and pointed to the long backbone of the great fish that was now just garbage waiting to go out with the tide.
“Tiburon,” the waiter said. “Eshark.” He was meaning to explain what had happened.
“I didn’t know sharks had such handsome, beautifully formed tails.”
“I didn’t either,” her male companion said.
영어 원문을 보면 웨이터가 "Tiburon(티뷰론)," 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사실 이 장면에서 웨이터는 그 뼈를 상어의 뼈라고 잘못 안 것도 아니고(바닷가 사람이 그 정도도 몰라볼 리가 없겠죠), 관광객들에게 잘못 알려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는 관광객들이 '저 뼈가 무슨 뼈인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한다고 오해했던 것이죠. 그래서 웨이터는 "티뷰론이 거대한 청새치를 물어뜯어서 저렇게 뼈만 남았어요!!"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웨이터는 듣는 이들이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티뷰론'이 '샤크'라고 다시 고쳐서 말한 후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주려 하는데, 그들은 끝까지 듣지 않고 그냥 "저 뼈가 상어구나!!"라고 오해해버린 것이죠. (Shark가 아닌 Eshark라고 되어 있는 이유는 웨이터가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이라 영어가 능숙하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입니다.)
따라서 저 부분만 다시 번역해보자면, 아래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번역가는 아니지만 최대한 원래 의미와 비슷하게 살려보았습니다.)
“Tiburon,” the waiter said. “Eshark.” He was meaning to explain what had happened.
"티뷰론이, " 웨이터는 대답했다. "아, 상어의 일종인데요." 그는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려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노인의 엄청난 노력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는 관심 갖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만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을 조금은 씁쓸하게 담아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해설은 제가 어떤 블로거분께서 해설해주신 것을 보고 가장 납득이 되었던 해설입니다. (그 블로그는 지금은 폐쇄 상태라 링크를 드릴 수가 없네요..) 그리고 영문으로 된 해설도 많이 찾아보았는데, 영어권에서는 저 의도로 해설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노인이 잡은 것이 상어냐 청새치냐 논쟁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노인과 바다 느낀점
사실 《노인과 바다》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채로 읽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왜 헤밍웨이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우선 이 소설은 어촌 풍경과 노인 그리고 고기 잡는 과정 등의 묘사가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과한 꾸밈말 없이 아주 간결하면서도 눈에 보이듯이 그려나가는 방식이라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편하게 읽힙니다. 노인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투하는 부분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아주 길어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노인의 회고, 상상, 혼잣말, 상황의 변화 등으로 인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저는 감정을 이입하여 읽다 보니 노인이 오랜 사투 끝에 물고기를 잡았을 때는 함께 승리감이 느껴졌고 물고기가 상어에 뜯겨나갈 때는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나중에 물고기가 너무 많이 뜯겼을 땐 속상해서 그쪽을 쳐다도 안 본 노인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갔습니다. 며칠 밤을 새워 멋진 PPT를 완성했는데 저장을 못 시키고 날려버린 기분이었을까요?
힘들게 잡은 청새치를 온전히 누군가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뜯겨버렸지만, 그래도 저는 이 소설에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제 주위 아무도 그것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저는 묵묵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의 고독한 싸움이 꼭 저의 모습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이루고자 하는 꿈은 있으니까요. 어린 시절에는 너도 나도 자신의 꿈을 드러내지만, 나이가 들어 현실에 부딪히니 '꿈'이 있다는 걸 입 밖으로 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노인과 바다는 이렇게 마음 속 꿈을 지닌 우리 모두에게 헤밍웨이가 보내주는 응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청새치는 뜯겨버리고 말지만 꼭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내 인생에서 나만의 역사로 남을만한 사건을 하나쯤은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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